"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¿"
옛날에 각견 한 쌍이 새끼를 낳았는데
그중 뿔이 없는 녀석이 태어났단다.
뿔이 없는 각견은 평범한 새끼강아지나 다름없었어
그래서 그런가? 녀석은 자신의 무리에 버림받았지.
* * *
어린 강아지는 떠돌아 다녔어, 살고 싶었으니까.
하지만 다른 요괴들은
"민가의 개와 같은 행색을 하고선 어딜 드나드냐" 며
그를 위협하거나 내쫓아버렸단다.
그렇게 혼자 길을 헤매던 어린 강아지는
고독과 요괴들의 핍박에 이만 숨이 받쳐 쓰러져 버리는데
* * *
아니 글쎄 곳곳에 풍기는 낯선 냄새에
어슬렁거리던 늑대무리가 강아지를 발견해 버린 거야
야밤에 숨만 오슬오슬 붙은 털 뭉치가 뭔가 싶어
늑대 가족은 그를 거처로 물어 옮겼단다.
난생처음 느껴보는 따듯한 품에 강아지는
무리를 찾고 행복한 일만 남은 줄 알았어.
* * *
하지만 강아지 녀석은 아무리 뿔이 없다 해도
요괴는 요괴였던 거야
덕분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
인간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의태했지.
늑대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,
그간 지내 온 세월도 있었고
아이한테서 강아지의 냄새가 났거든
* * *
문제는 늑대 무리 사이에 어린아이가 함께하는 걸
인간이 발견해 버린 것이지
인간의 눈엔 아이가 위험해 보였어
늑대들 사이에 어린아이가 덩그러니 있었으니 말이야.
* * *
인간들은 가족을 지키려 드는 늑대들을
몰살하고 아이를 구출했단다.
거칠게 흩어진 혈흔과 축 처진 고깃덩이 사이 덩그러니
그렇게 또 버려진 아이는 야만스러운 손아귀에 붙잡혀
인간들에게 거둬지게 되었지
* * *
사람 손을 탄 적이 없어 야생의 흔적이 진득했던 아이는
안정실로 옮겨져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것들을
억지로 가르침 받기 시작했어
삶 속 따듯함을 찢어발긴 잔악한 무리 속,
일천 번의 밤으로도 헤아리지 못할 그 먹먹함과 고통에
아이는 명에 접질려 이곳으로 떨어지게 되었단다…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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